[인터뷰] 해외로 떠난 20대① -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뉴질랜드를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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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외로 떠난 20대① -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뉴질랜드를 향하다
  • 변승주
  • 승인 2019.06.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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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라인=변승주 기자] 20대 중반은 참 애매한 나이이다. 우스갯소리로 '화석' 소리를 듣던 선배가 사회초년생이 되기도 하고, 다 비슷한 나이인데 대학생, 직장인, 취준생 등 삶이 참 다양하다. 새로운 길에 뛰어들자니 늦은 것 같고, 가던 길을 그대로 가자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나이, 어떤 20대 중반은 해외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한국을 떠나 무엇을 경험했을까. 해외로 발을 옮겼던 20대 중반의 세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약 1년의 시간을 보내고 지난 5월에 귀국한 박해인(25, 가명) 씨이다. 워킹홀리데이는 대체로 만 18~30세 청년들이 협정 체결 국가에서 체류하며 관광, 취업, 어학연수 등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중 뉴질랜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해 여행 명소로도 손꼽히는데, 박씨는 뉴질랜드에서 어떤 1년을 보냈는지 들어보았다.
   

▲뉴질랜드 퀸즈타운에서의 박해인 씨 (사진제공=본인)
▲뉴질랜드 퀸즈타운에서의 박해인 씨 (사진제공=본인)

 

▲뉴질랜드 퀸즈타운에서의 박해인 씨 (사진제공=본인)
   

Q. 뉴질랜드로 떠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감사합니다. 일단 저는 영어권 국가 중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첫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었어요. 뉴질랜드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차별이 적다고 들어서 뉴질랜드를 선택했습니다. 뉴질랜드 여행도 하고 싶었고요.


Q. 실제로도 뉴질랜드가 안전했는지.

A.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안전하죠. 그렇다고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에요. 길에서 술에 취한 남자가 커터칼을 드르륵거리며 따라온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살다 온 친구들 얘기를 들어 보면 '내가 겪은 일들은 양호한 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호주에서 집단으로 구타당할 뻔한 친구도 있었고, 바로 옆 건물에서 총격 사건을 겪었던 친구도 있었죠. 그에 비해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치안도 좋고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해 살기 좋았어요.


Q.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게 된 계기나 목표가 있었는지.

A. 큰 이유는 없었어요. 영어 공부, 해외 경험, 여행 등 거창하게 말은 하고 떠났지만 사실 1년 동안 아무 고민 없이 놀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웃음) 그때는 대학 생활을 하며 동시에 취업 준비도 하려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고,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었어요. 하고 싶은 일은 없는데 취업은 해야 하니 고민만 쌓였었죠. 그러다 어차피 꿈도 없는 인생 1년 동안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떠났어요. 목표도 없었죠.

   
Q. 뉴질랜드 생활에 대해 더 소개한다면.

A. 일단 아르바이트하며 모았던 돈을 탈탈 털어 초기 3개월 동안은 어학원을 다녔었어요. 저는 제가 영어 공부를 많이 할 줄 알았는데 그곳에서 막상 한 공부는 술 공부였어요.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브라질, 일본, 중국, 콜롬비아 등 국적이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온갖 펍(Pub)이나 홈파티를 다니며 평생 마실 술을 다 마셨죠. 학원에서 숙취로 엎드려 있으면 선생님이 어제 어느 펍을 다녀왔는지 물어볼 정도였어요. 그 이후로는 일하고, 놀고, 일하고, 놀고, 여행가고 이 생활의 반복이었죠.


Q. 원래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편이였나 아니면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영어가 늘었는지.

A. 엄청 잘하지는 않았지만 못하지도 않았죠. 공인인증점수로 말하자면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전에는 토익(Toeic) 900점, 다녀온 뒤에는 오픽(Opic) AL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영어 실력을 늘리기는 정말 보통 노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공부하기가 한국에서 어려운 것처럼 외국에서도 어렵거든요. 영어를 못 하면 의사소통이 안 되니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잡(Job) 구하기도 힘들어요. 영어 공부는 워킹홀리데이가 아니라 한국에서 영어 학원 다니는 게 더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저는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를 정말 많이 본 덕인지 의사소통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Q. 뉴질랜드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지.

A. 처음 3개월은 어학원을 다녀야 하니 저녁 시간에만 일해도 되는 직업을 찾아야 했어요. 한국에서 여러 서비스직을 해봐서 서비스직 위주로 알아봤고요. 운 좋게도 한 레스토랑에 금방 취직됐어요. 거기서 칵테일 만드는 법도 배웠고 단골손님들도 꽤 생겼었어요. 재밌었죠. 마감할 때 노래를 틀고 따라 부르면서 청소하고, 끝나면 다 같이 맥주를 마시러 가고, 그때 친해진 친구와는 같이 살기도 했어요. 어학원을 다 다니고 나서는 오전, 점심시간에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일했고요. 그러고 보니 다 레스토랑에서밖에 일을 안 했네요. 만약 제가 바리스타였다면 카페에서도 근무했을 텐데, 살짝 아쉽네요.


Q. 여행도 많이 했을 것 같다.

A. 이곳저곳 많이 다녔죠. 가장 좋았던 곳은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퀸즈타운(Queenstown)이였어요. 관광도시여서 맛있는 음식점도 많았고, 구경할 것도 많았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네비스 스윙(Nevis Swing)이에요. 협곡 사이에서 스윙을 타고 160m 정도 떨어지는 액티비티인데 그렇게 무섭지도 않고 굉장히 재밌었어요. 별이 쏟아지는 야경을 보고 싶다면 테카포(Tekapo) 호수, 대자연을 보고 싶다면 마운트쿡(Mt.Cook) 트래킹을 추천해요.

▲네비스 스윙을 즐기는 박해인 씨(사진제공=본인)
▲네비스 스윙을 즐기는 박해인 씨(사진제공=본인)

 

Q. 뉴질랜드에서의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는 어땠는지.

A. 보통 워홀러(working holiday er,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여행, 영어, 경험 등 큰 목표를 가지고 와요. 하지만 제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방에 누워있는 거였다면 저는 정말 일하는 시간 외에는 계속 방에 누워있었어요. 여행을 가고 싶으면 돈을 모아서 갔고, 술을 마시고 싶으면 마셨고, 책을 읽고 싶으면 읽었죠. 거창한 목표가 없으니 마음이 편했죠. 그래서 더 행복했어요. 힘든 일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행복했던 1년이었어요.

   
Q. 뉴질랜드에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것을 극복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A. 힘들었다기보다는 짜증이 나는 일들이 많았어요. 인종차별이나 성희롱 같은 일들은 처음에나 조금 힘들었지 나중에는 짜증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주로 똑같이 돌려줬어요. 인종차별적인 말을 들으면 똑같이 돌려주고, 성희롱을 들으면 더한 말로 돌려줬죠. 그러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지금도 영어로 가장 빠르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문장들은 다 욕이에요. (웃음) 이 방법은 위험하니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주변에 나를 도와줄 만한 사람이 많은 곳, CCTV가 근처에 있을 법한 큰 가게들 근처가 아니면 똑같이 받아치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반박하지 않으면 모든 동양인 여성을 다 만만하게 볼 것 같더라고요. 그 위험함을 감수할 정도로 나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이겨냈고요.

 
Q. 본인에게 워킹홀리데이는 어떤 영향을 끼쳤나.

A. 큰 변화는 없었어요. 재밌게 1년 놀다 왔다는 느낌이 더 커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체감하게 됐어요. 예전에 취업 준비를 할 때에는 선택지가 다 한국 기업이었어요. 지금은 해외 취업이나 호주 워킹홀리데이도 생각 중이에요. 저는 생각보다 젊고, 배울 수 있는 일도 많았어요. 예를 들면 저는 평생 제 미래 직업으로 사무직만 생각했었지만 뉴질랜드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칵테일 제조법을 배우고, 국적도 나이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에는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직업이 있고, 내가 원하고 노력한다면 그 직업을 가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Q. 20대, 특히 20대 중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고 말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는 말을 20대 중반에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굉장히 무책임한 말이니까요. 취업에 나이가 중요한 한국에서는 더더욱 무책임한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을 다시 말하고 싶어요. 세상은 넓고,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아요. 그러니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패를 걱정해서 포기하는 것과 이룰 수 있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존감에도 영향을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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