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슈퍼히어로, '또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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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슈퍼히어로, '또순이'
  • 김이곤
  • 승인 2019.06.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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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또순이'
▲김이곤 기자
▲김이곤 기자

[미디어라인=김이곤기자] 똑똑하여 일을 야무지게 처리하는 여자를 귀엽게 이르는 말. 또순이의 정의이다. 60년대의 또순이는 어땠을까?

버스 운수회사를 하는 아버지를 돕던 또순이는 자신의 수고비 50원을 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야속한 마음을 느낀다. 버스 운전사가 되기 위해 소개장을 들고 찾아온 재구는 또순이의 아버지에게 거절을 당하고 곤란한 상황이 되자 또순이가 도와주며 인연을 만든다. 또순의 아버지는 또순이가 재구에게 담배를 사줬다는 얘기를 듣고, 또순이의 뺨을 후려친다. 또순이는 가만히 있지 않고 대들며 독립해 혼자 돈을 벌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여기서 나는 또순이 60년대의 보통 여성과는 매우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Mr. Park’과 비교해보면, ‘박서방에서 큰딸 용순이 재천과 연애를 한다는 소식에 박서방은 분노한다. 하지만, 용순은 또순이처럼 당당히 맞서지 않고 도망 다니기에 바쁘다.

그렇다, 또순이는 과거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로 등장한다. 영화 자유부인에서 오 마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의 일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본인을 위해서든 혹은 가족을 위해서 일하든 억척스럽다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억척스러움을 막연히 비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건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부분에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가난한 삶에서 절약해 돈을 모을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들은 이 여성들의 억척스러움을 결국 비판적 시선에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영화 또순이에서 또순이는 억척스럽기는 하나, 약한 여성이라는 입장에서 벗어나 당당한 한 사업가로서 보이는 부분이 있다. 특히 또순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약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게다가 또순의 강함은 남자친구인 재구의 무능력함과 대비되어 또순이를 슈퍼영웅처럼 보이게 한다.

영화 또순이에서 우리는 60년대 초반 여성 서민의 삶을 엿볼 수 있다. 1960년대는 근대화가 본격화되면서 잘 살고 싶다라는 대중적 욕망이 급격하게 분출하던 시대였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라는 기대와 신념이 대중들의 의식을 사로잡았다. 그러한 대중들의 욕망이 집약된 단어가 바로 성공이다. 이런 성공 스토리는 또순이에 잘 반영된 것 같다.

약한 여성이 밑바닥에서 시작해 타이어 장사, 밀수품 장사, 짐 나르기 등 온갖 힘든 일을 다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새나라 자동차를 살 정도로 성공한다는 이야기이다. 영화또순이는 성공에 대한 대중의 꿈과 여성에 대한 희망이 집약된 삶의 서사였던 것 같다. 대중의 욕망과 가치, 삶에 대한 기준과 신념 등이 반영된 여성 성공 스토리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하나의 신화이다. 또한, 그 신화는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국민을 일체화, 집단화하는 개발주의의 동원 논리를 감성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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