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히어로 새댁, 그리고 새마을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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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히어로 새댁, 그리고 새마을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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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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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내들의 행진'을 보고
▲김이곤 기자
▲김이곤 기자
  • [미디어라인=김이곤기자] 영화 아내들의 행진을 떠올리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 없는가.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무릅쓰고 궐기한 날, 도시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새댁이다. 당시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 방금 시집온 여성이 대담하게 거리로 뛰어나와 전통과 남성 권력에 맞설 수 있었을까. 성공으로 끝을 맺은 새댁을 보며, 새댁 개인의 신념도 놀랍지만, 이 영화에서 여성이라는 젠더가 질곡을 떨치고 사회의 전선으로 뛰쳐나왔다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

    나는 아내들의 행진을 보며 새댁은 또순이와는 또 다른 히어로라는 생각을 했다. 또순이는 보수적인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대들며 독립해 혼자 돈을 벌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또순이가 당시 보통 여성과는 매우 다름을 느꼈다. 누군가는 이 장면을 보고 걸 크러쉬라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아내들의 행진에서 중심에 있는 새댁을 보며 또순이와는 또 다른 걸 크러쉬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새댁 역시 성공을 도모했지만, 혼자만의 성공보단 마을 전체의 성공을 바랐다. 오빠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해야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을 통해 마을 사람을 설득한다. 이에 남자들도 근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수적인 전통허례 의식보다 발전에 힘쓴다. 결국엔 다 같이 웃으며 지역 개발을 맞이한다. 새댁은 조국 근대화의 가치를 내면화한 인물이자 고통을 극복하고 마을을 패배주의와 가난에서 구출하는 국민 히어로로 묘사되었다.

    아내들의 행진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일하는 장면은 새마을 운동을 나타냈다. 새마을 운동이란 1970년에 박정희 대통령의 제창으로, 생활 환경의 개선과 소득 증대를 도모한 지역 사회 개발 운동이다. 하지만 이 농촌 개발 운동이 정말 영화처럼 농촌에 좋은 영향을 끼쳤을까? 연구를 통해 알아본 결과, 이는 영화와 다른 면이 있었다. 한국 경제 자료 지표에 따르면, 196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소득보다 많았지만, 1970년에 접어들면서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70% 선으로 급락했다. 19797월에 발간된 <신동아>에 시린 글은 새마을운동이 성공적인 농촌 근대화 전략이었다면 “1960년대 전반에 농촌인구 100명 가운데 1.3명이 헌 마을을 떠났는데, 1970년대 후반에는 해마다 3.7명이 새마을이 된 농촌을 떠났는지 설명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박정희는 새마을운동은 곧 잘살기 운동이다.”라고 강조했지만, 농업의 희생을 전제로 한 공업화, 농업과 공업 간의 불균등 발전, 농가부채 등의 구조적인 문제는 손대지 않고, 소득 증대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남성으로부터 무시를 받던 새댁에게 새마을 운동이란 무엇이었으며 잘 먹고 잘 살자라는 박정희 정권의 슬로건은 또 무엇이었을까. 무엇이었기에 고통을 자초하고 도전했을까. 정권의 사상이 반영된 영화아내들의 행진은 수다한 고통에도 근대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한 의지 및 감수성을 고조시킴으로써 대중의 동의를 끌어낸 것이다. 무수한 땀과 고통을 먹고, 결국에는, 지역민은 자신의 정체성과 위상을 만들어왔고,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근대화의 초점을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 운동에 맞추기보단, 새댁과 같은 히어로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게 옳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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