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그 많던 쇠똥구리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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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그 많던 쇠똥구리는 어디로 갔을까?
  • 박성준
  • 승인 2019.06.3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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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박성준 기자

[미디어라인=박성준 기자] ‘입은 똥을 먹지만 눈은 하늘을 바라본다’ 멋진 말이다. 현실이 똥 같더라도 이상을 지향하라는 뜻인 것 같다. 명언집에서 나올 법한 문장이다. 놀랍게도 이를 평생 실천하는 곤충이 있다. 바로 쇠똥구리다. 문자 그대로 쇠똥구리는 입을 똥에 처박고 눈은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쇠똥구리의 눈은 왜 하늘을 향할까? 흥미롭게도 쇠똥구리는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의 빛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 쇠똥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천체투영관에서 실험한 결과, 별의 개수나 밝기는 쇠똥구리가 길을 찾는 데 상관이 없었다. 쇠똥구리는 별이 아무리 많아도 길을 찾지 못했지만, 은하수가 보이는 순간 길을 잘 찾아냈다.

찬란한 은하수를 보는 건 인간뿐만이 아니었다. 쇠똥구리도 인간과 같이 아름다운 은하수의 자태를 봤던 것이다. 지금까지 은하수의 빛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 곤충은 없었다. 이것은 곤충인가, 인간인가.

쇠똥구리의 삶이 감동적인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세상을 원망한 적 있는가? 쇠똥구리는 ‘똥’ 속에서 ‘똥’을 까먹으며 태어난다. 그런데도 쇠똥구리는 불평하지 않고 살아간다. 쇠똥구리를 보면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게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렇게 똥 속에서 태어난 쇠똥구리는 다양한 짐승의 배설물을 데굴데굴 굴리고 다니며 똥 구슬을 만든다. 똥 구슬은 식량뿐만 아니라 청혼의 도구까지 된다. 수컷 쇠똥구리가 똥을 모아 커다란 똥 구슬을 만들면 암컷 쇠똥구리는 그것을 비교하며 선별한다. 흔히 친구들끼리 ‘네 똥 굵다’는 말을 비꼬는 뜻으로 쓰는데 쇠똥구리들에게는 극찬이다.

안타까운 점은 쇠똥구리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이후에 발견되지 않아 사실상 멸종됐다고 볼 수 있다. 몽골산 쇠똥구리를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복원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여러 질병검사를 거쳐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 동식물을 들이는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배설물을 먹이로 삼기에 자연 생태계의 청소부로 불리던 쇠똥구리가 사라진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의 가축을 자연에서 키우는 게 아닌 사육장에 가둬서 키운다. 또 가축을 편하게 사육하기 위해 항생제와 약물을 투여한다. 이런 분을 더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쇠똥구리는 사라졌다.

우리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던 쇠똥구리의 삶이 계속 되뇌어진다. 환경 문제는 어느 특정 분야에 국한된 사회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맞닿아 있는 근본적인 문제다. 해결하지 않으면 더 많은 생명이 위협받는다. 쇠똥구리는 다시 돌아 와줄까. 그걸 진심으로 원한다면 우리는 환경 파괴를 멈추고 쇠똥구리에게 요청해야 할 것 같다. 건강한 ‘똥’을 줄 테니 다시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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