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들끓게 한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 파동'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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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들끓게 한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 파동'의 전말
  • 이중협
  • 승인 2019.07.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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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제주와 인천에 합류한 남준재와 김호남
각각 제주와 인천에 합류한 남준재와 김호남 선수(사진=스타뉴스/제주뉴스)

[미디어라인=이중협 기자] 지난 4일 K리그 소속 인천과 제주는 보도 자료를 통해 남준재와 김호남 선수의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단순히 본다면 강등권에 빠진 두 팀 사이에서 이루어진 전력 강화 목적의 트레이드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두 선수의 트레이드 소식에 팬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먼저 인천 팬들의 경우 팀의 주장이자 지난 시즌 인천의 강등권 탈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팀의 대들보로 자리 잡은 남준재를 헌신짝 버리듯 버린다며 구단 관게자들에게 날을 세웠고, 제주 팬들 역시 상주 상무 전역 후 돌아와 투지를 불태우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김호남을 내보낸다는 이야기에 격분했다.

18라운드가 지난 현재 인천과 제주는 각각 12위 11위로 최하위 강등권 그룹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성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단 입장에서는 서로 필요한 선수를 트레이드하여 경기력 향상을 노림과 동시에 분위기 전환의 효과를 보고자 했던 셈인데, 남준재와 김호남 모두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선수였기 때문에 공분을 산 것이다.

강등의 위기에 처해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 속에 진행된 사건이기 때문에 팬들의 분노는 더 컸다.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는 남준재 선수의 개인 SNS 활동이 화두로 번졌다. 남준재 선수가 인스타그램에서 인천 구단을 비판하는 인천 팬의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 인천 팬들 사이에 퍼져 인천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인천 UTD 팬 간담회. 해당 사진은 2018년 사진으로 본 기사와 무관한 사진(사진=조선일보)
인천 UTD 팬 간담회. 해당 사진은 2018년 사진으로 본 기사와 무관한 사진(사진=조선일보)

비판 여론이 지속되자 인천 구단 관계자들이 해명에 나섰다. 유상철 감독과 임중용 수석코치,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함께 팬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 개최 소식에 많은 인천 팬들이 간담회에 참여해 구단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담회에서 나온 구단 입장은 '남준재 선수 측에서 먼저 이적 의사를 전했다'였다. 남준재 선수가 자신을 주전으로 사용하지 않는 인천 구단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때 제주 측에서 남준재 선수의 에이전트에게 이적을 제안했고 이에 남준재 선수도 동의해 이적을 감행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직후 남준재 선수의 동의를 확인한 제주는 김호남과 남준재의 트레이드를 인천에게 제안했는데, 인천 구단 측은 그 시점에서야 남준재 선수의 이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즉, 남준재 선수의 이적은 선수 본인이 먼저 제주와 접촉했고, 제주의 김호남 카드를 얹은 트레이드 제안에 유상철 감독이 마지막에서야 수락해 이적이 성사되었다는 이야기다.

구단 측이 간담회에서 주장한 내용에 팬들의 여론은 다소 수그러든 기색이다. 구단에서 해명을 한 이상, 구단에게 남준재 선수를 내쳤다는 비판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단이 여전히 교묘하게 자신들을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남준재 선수의 추가적인 입장 발표가 없는 이상,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지 명확하게 판가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남준재 선수의 이적과 관련해서 인천 구단은 즉시 간담회를 열어 팬들에게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고, 확실한 사실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 인천 구단은 물론 남준재 선수에게 비판을 가하기는 쉽지 않다.

김호남(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호남 선수(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제주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김호남 선수의 이적이다. 남준재 선수와 인천 구단 간의 이적은 앞서 언급했듯 사실관계가 확실치 않아 선수가 먼저 이적을 요청했는지, 구단의 일방적인 방출이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김호남 선수의 이적에 대해서 제주 구단은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 사건에서 제주는 김호남 선수에게는 아무런 연락 없이, 오직 남준재 선수의 에이전트에게만 이적 관련 이야기를 진행했고, 인천 구단의 동의를 받은 후에 김호남 선수에게 이적 통보를 전달했다. 김호남 선수는 자신의 트레이드 사실을 이적 당일에나 알게 되었고, 세 시간 뒤 급하게 인천으로 떠나는 준비를 해야 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방출 통보를 받은 것이다.

더군다나 김호남 선수는 현재 쌍둥이를 임신한 만삭의 아내를 두고 있는 터라 이번 이적이 더욱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김호남 선수가 떠난 상황에 김호남 선수의 아내 분은 임신한 상태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홀로 집을 정리해야 했다.

심지어 갑자기 발생한 이적에 김호남 선수는 인천에 머무를 집조차 구하지 못했다. 인천과의 계약을 진행한 뒤 김호남 선수는 호텔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만약 제주 구단의 후속 보도와 해명이 없다면 김호남 선수에게 적절치 못한 대우를 한 제주로서는 팬들의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선수 이적 계약 규정 5조 33항(사진=FootballK위키)
선수 이적 계약 규정 5장 33조(사진=FootballK위키)
선수 임의 탈퇴 관련 규정 2조 16항(사진=FootballK위키)
선수 임의 탈퇴 관련 규정 2장 16조(사진=FootballK위키)

한편 이번 트레이드 사건에서 배경이 된 K리그 규정 역시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규정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단관리규칙 5장 33조에 명시된 내용이 빌미가 되었는데, 해당 규정에서는 선수가 원 소속 구단에서의 계약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될 경우 이를 선수가 거부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규정 2항에서는 선수가 이적을 거부하면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가 되어, 선수 권리를 박탈 당한다는 내용도 있다. 만약 선수가 임의 탈퇴 선수로 지정될 경우,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단관리규칙 2장 16조 6항에 의거해 선수 본인의 모든 선수 활동이 정지되며, 연봉을 지급 받을 수 없다. 나아가 구단과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구단 측에서 임의탈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국내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없다.

원치 않는 강제적인 이적에 선수가 반대 의사를 표한다면 임의 탈퇴 선수로 지정되어 사실상 국내 축구계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는 셈이다.

이 규정의 존재로 선수들은 구단 간의 거래에 있어 보호할 수단이 없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김호남 선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구단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타 사례와 비교해보았을 때 K리그 트레이드 관련 제도의 불합리함은 더 눈에 띈다. 트레이드 제도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리그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선수와 최근 5년 간 한 구단에 소속되어 있던 선수의 경우 선수 동의 없이 트레이드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구단의 트레이드 신청 이후 24시간 이내에 이루어진 선수의 동의는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데, 구단의 강압에 의한 이적 동의를 방지하고, 선수가 충분히 생각한 후에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유다.

일본의 경우 축구 선수 역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해석, 고용계약 규정을 적용해 선수의 동의 없이 이적할 수 없도록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유럽 축구계 역시 계약 해지에 양자가 동의할 경우 자유계약 선수로 취급, 선수의 자유로운 선수 활동을 가능하게 하여 선수의 이적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적 및 계약과 관련된 선수의 권리 보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해당 사건에서 벌어진 구단의 일방적인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창설 이래 아시아 최고의 리그로 평가 받으며 성장을 이루어 나갔고, 최근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K리그이지만, 허술한 체계와 잘못된 규정의 존재로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라이벌 일본의 사례와 비교됨과 동시에 선진 시스템을 구축해 아시아 최고 리그로 나아가고자 하는 K리그의 목표에 뼈 아픈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 사건은 단순히 두 구단 사이 계약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아닌, 근본적으로 문제가 된 규정의 문제점을 살펴보아야 할 리그 전체의, 국내 축구계 전체의 사안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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