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외로 떠난 20대② - 스페인 순례길에서 찾은 인생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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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외로 떠난 20대② - 스페인 순례길에서 찾은 인생의 재미
  • 변승주
  • 승인 2019.07.1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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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라인=변승주 기자] 20대 중반은 참 애매한 나이다. 우스갯소리로 '화석' 소리를 듣던 선배가 사회초년생이 되기도 한다. 다 비슷한 나이임에도 대학생·직장인·취준생 등 삶이 참 다양하다. 사실 새로운 길로 뛰어들자니 늦은 것 같고, 가던 길을 그대로 가자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나이, 어떤 20대 중반은 해외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한국을 떠나 무엇을 경험했을까. 해외로 발을 옮겼던 20대 중반 세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두 번째 주인공은 스페인 어학연수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이길주(26세) 씨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 대성당을 목적지로 삼아 800km에 이르는 길을 걷는 순례길로, 지난 5월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전역 직후 25살 생일을 기념해 스페인으로 훌쩍 떠났던 이길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스페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사실 스페인에서 오래 있을 줄 몰랐어요. 맨 처음 어학연수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프랑스, 영국 등 다른 나라들도 갈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스페인에 더 오래 있고 싶어졌어요.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았고, 항상 급하게 살아왔던 제가 느긋하게 살고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만약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스페인에서 어학연수만 한 뒤 다른 나라들을 여행했다면 스페인의 매력을 잘 알지 못했겠죠? 6개월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스페인의 매력과 문화를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스페인에 어떤 매력과 문화가 있었는지.

A. 스페인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여유로워요. 제가 살았던 시기가 딱 여름이여서 늦으면 오후 9시에 저녁 해가 지기도 했었죠. 해가 길어지니 시간이 더 많아진 느낌이어서 여유로워졌나 봐요. (웃음) 한국에서는 저녁 시간에 스마트폰을 오래 했다면 스페인에서는 나가서 혼자 걸어 다니거나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제가 원래 처음 본 사람과 이야기하기를 좀 어려워했었는데, 이상하게 스페인에서는 처음 본 사람과도 잘 대화하고는 했어요. 스페인 친구들의 화끈한 성격, 직설적인 말투들도 좋았고요.
 

▲스페인 야경을 바라보는 이길주 씨 (사진제공=본인)
▲스페인 야경을 바라보는 이길주 씨 (사진제공=본인)


Q. 어학연수를 통해 스페인어가 많이 늘었는지.

A. 한국에서 인사, 물건 사기 등 기초 생활 표현만 공부하고 스페인에 갔어요. 어학연수 3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었죠. 그런데 막상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언어는 영어였어요. 심지어 스페인 친구들과도 영어로 대화했어요.

스페인어가 아니라 영어 실력이 더 늘었죠. (웃음) 그래도 스페인어 공부도 많이 했어요. 친구들이 이렇게 말하면 된다고 알려주면 식당이나 가게 등 실전에서 유용하게 써먹기도 했고요. 스페인어를 유창하게는 못하지만 간단한 일상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어요.

 

Q. 스페인에서의 일상을 더 소개한다면.

A. 저는 스페인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외국인 친구 사귀기였어요. 그래서인지 외국인 친구들과 많이 놀러 다녔죠. 스페인, 미국, 브라질 등 여러 국적의 친구들과 같이 주말에 여행 갔던 일들이 종종 생각나요. 저녁에 모여서 술 마시던 펍(Pub)도 그립고요.

한번은 서로의 모국어로 이름을 써 주고 나눠 가지기도 했어요. 한글이 동글동글하다고 좋아하더라고요. 맥주병을 부딪칠 때 짠!, 살룻(Salute)!, 치어스(Cheers!) 등 외국어를 번갈아 가며 외치기도 했는데, 그런 일들이 그때는 일상이었어요.

 

Q. 스페인 치안은 어땠는지.

A. 전반적으로 좋았어요. 인종차별은 피하기 어려웠지만요. 위험했던 적이라면 산 페르민 축제에 참가하고 새벽에 버스를 기다리며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제 바로 옆에 어떤 남자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딱 붙어서 비비적거렸던 경험이 있어요.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옆으로 비키며 팔꿈치로 살짝 밀었는데,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친구로 추정되는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달려들더라고요. 바로 피하긴 했지만 꽤 무서웠어요.

 

Q. 순례길에서 특별했던 경험은.

A. 맨 처음 순례길을 걷기로 결심했을 때 철저하게 준비를 한 편이 아니어서 고생한 적이 있어요. 한국으로 택배 보낼 돈이 모자라 에라 모르겠다, 라는 생각에 16kg가 넘는 가방을 들고 출발했던 게 화근이었죠. 그러니 발이 남아나질 않았고, 물집이 누가 봐도 심할 정도로 많이 잡혔었어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길주 씨 (사진제공=본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길주 씨 (사진제공=본인)

 

Q. 스페인에서의 삶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다면.

A.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여서 그런지 서로의 삶을 쉽게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제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삶들을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고요.

예전에는 취업 걱정에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하고는 했어요. 그런데 스페인을 다녀온 이후에는 제 삶이 크게 보였어요. 하고 싶은 일에 파고들기로 결심했죠.

예전에는 인생이 다 비슷해 보였어요. 취업 한 사람, 취업 준비 중인 사람, 대학생 이런 식으로요. 이제는 모두의 인생이 굉장히 재밌게 보여요. 그만큼 제 인생도 재밌어졌고요.

 

Q. 20대, 특히 20대 중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20대 초반의 저는 20대 중반은 놀면 안 되는 나이라고 생각했었어요. 20대 초반은 좀 놀아도 되지만, 20대 중반은 열심히 취업을 준비해야 할 나이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20대 중반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곳에서 겪은 경험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는 미래의 나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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