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외로 떠난 20대➂ - 호주에서 사랑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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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외로 떠난 20대➂ - 호주에서 사랑을 배우다
  • 변승주
  • 승인 2019.08.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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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라인=변승주 기자] 20대 중반은 참 애매한 나이다. 우스갯소리로 '화석' 소리를 듣던 선배가 사회초년생이 되기도 한다. 다 비슷한 나이임에도 대학생·직장인·취준생 등 삶이 참 다양하다. 사실 새로운 길로 뛰어들자니 늦은 것 같고, 가던 길을 그대로 가자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나이, 어떤 20대 중반은 해외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한국을 떠나 무엇을 경험했을까. 해외로 발을 옮겼던 20대 중반 세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 번째 주인공은 워킹홀리데이 비자와 세컨드 비자로 약 2년의 세월을 보낸 뒤 지난 3월에 귀국한 최선주(25) 씨다. 워킹홀리데이는 협정 체결 국가 청년들이 상대 국가에서 체류하며 관광, 취업, 어학연수 등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제도이다. 특히 호주는 높은 최저임금과 쿼터 무제한으로 가장 많은 워홀러(Working Holiday-er,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가 참가하고 있는 나라로 유명하다. 호주에서 최선주 씨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아보았다.

▲시드니 팜비치(Palm Beach)에서의 최선주 씨 (사진제공=본인)
▲시드니 팜비치(Palm Beach)에서의 최선주 씨 (사진제공=본인)

Q. 호주로 떠나게 된 계기는

A.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친구들은 수능을 준비할 때 저는 운 좋게도 친언니와 한 달간 호주 시드니로 배낭여행을 갔어요. 해외여행이 처음도 아니었는데 큰 충격을 받았죠. 아름다운 자연, 여유로운 일상, 새로운 문화 등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고3 시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호주가 늘 그리웠고, 더 가까이 가고 싶어 대학 3학년을 마치자마자 휴학한 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로 떠났죠.

Q. 호주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A. 여러 곳에서 많은 일을 했어요. 처음 4개월은 14~15불(AUD)을 받으며 스시가게에서 웨이트스텝(Wait staff)로 일했고요. 손님이 대부분 외국인이어서 처음으로 영어를 일하면서 써봤어요. 힘들었지만 곧잘 적응해 재미있게 일했죠. 
 그 후에는 바 겸 카페에서 시급 19~21불을 받으며 6개월 동안 일했어요. 첫 오지잡(Aussie Job, 호주 현지인이 고용하는 일자리)이었죠. 가게 직원, 손님 모두가 몇몇 빼고는 다 호주인이었어요. 서빙하면서 소프트 드링크(Soft drink, 무·저알코올 음료)를 만들고, 칵테일 제조법도 배웠어요. 열심히 준비해서 주류자격증도 땄고요. 
 6개월 정도 일하고 잠시 쉬던 중, 이력서를 돌렸던 동네 펍(Pub)에서 연락이 왔어요. 바로 게이밍 자격증을 땄죠. 두 자격증 모두 보유한 덕분에 게이밍과 펍 시프트(Shift, 근무시간·업무)를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었고, 시급도 25~50불 정도로 확 올랐죠. 가끔 새벽 5시에 마감이 끝나면 힘들기도 했지만, 손님 없는 한가한 시간에 동료들과 놀고, 영어 실력도 늘리고, 정말 친한 친구들도 사귀고, 펍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정말 좋았어요.
 예상치 못하게 이사 한 이후에는 헬스장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멤버십 컨설턴트, 쉽게 말하자면 리셉셔니스트가 되어 청소부터 신규 회원 등록, PT 관리 등 하나부터 열까지 전반적으로 많은 일을 도맡아 했었죠. 시설과 분위기 둘 다 정말 좋았던 곳이었어요. 햇살 쏟아지는 통유리 옆자리에 앉아 이메일 문의에 답장하고, 전화상담도 하고, 수시로 회원들 관리하고, 매니저 강아지도 돌봤고요. 밝은 에너지가 넘쳐 가족 같은 분위기도 가득 느꼈었죠. 시급 24~25불을 받으며 주에 4~5일 정도 일했었는데, 비자가 만료되어 5개월밖에 일하지 못했던 게 아쉬울 정도로 행복했었어요. 

Q. 일자리는 어떻게 구했나

A. 처음에는 온라인 사이트 호주나라에서 일자리를 찾아 전화로 지원한 뒤 인터뷰를 보고 바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첫 직장으로 무난했죠. 다음 잡 카페 겸 바(Bar)는 좀 더 공을 들였죠. 일주일 동안 가게를 염탐하고,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매니저와 직원들 얼굴도 대강 파악하고, 메뉴까지 알아본 뒤에 이력서를 작성해 갔어요. 정말 운 좋게도 빈자리가 있던 상황이었고 트라이얼 후 근무를 시작했죠.
 다음 잡 펍에서는 이력서를 돌리고 약 한 달 뒤에 연락이 왔어요. 흥미를 끌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게이밍 자격증을 바로 다음 날 취득했고, 덕분에 대기자 명단에 있던 사람들을 제치고 바로 일자리를 꿰찼어요.
 마지막 잡 헬스장 컨설턴트는 정말 예상 밖이었어요. 다니던 헬스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 매니저에게 일자리가 있는지 물어봤고, 곧 필요하게 될 수도 있으니 이력서를 가지고 오라는 말을 들었죠. 대학교 피트니스 강의에서 A+를 받았던 성적표와 함께 이력서를 제출했어요. 거기서 끝나나 했더니 갑자기 질문지를 주더니, 작성하라고 하더라고요. 내 장점, 어떻게 팀원들에게 도움이 될 건지, 인생의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역경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지 등 이런 질문들이 적혀 있었어요. 한글로 답하기도 힘든데 열심히 영작했죠. 20분 시간제한이 있었는데 조금만 더 늘려 달라 부탁해 1시간 넘게 쓰고 나왔어요. 
 일주일 정도 지났나, 포기한 심정으로 운동만 열심히 하던 중 2차 인터뷰를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뭘 준비해야 좋을지도 알 수 없어 가게 홈페이지,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까지 샅샅이 뒤져보고 갔어요. 심층 인터뷰가 이어졌고, 최대한 밝은 에너지로 천천히 또박또박 대답했어요. 30분이라던 인터뷰는 1시간이 다 되어서 끝났고 이틀 뒤 일주일 동안 트라이얼(Trial,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의 테스트)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사실 트라이얼도 저 혼자만 했어요. 그렇게 좋은 잡을 구하게 됐죠.

Q. 호주 일상을 소개하자면

A.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몸이 힘들어 많은 활동은 못 했어요. 그래도 틈나는 대로 근처에 놀러 가고, 일이 끝나면 헬스장에서 운동도 했었죠. 도서관이 가까워서 책도 자주 읽었고요. 공원 잔디에 누워있기도 좋아했어요. 몸도 마음도 호주에 적응되자 친구들과 차를 타고 멀리까지 여행도 갔어요. 혼자 비행기로 다른 지역 여행도 갔었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펍에 가거나 클럽에서 신나게 놀았죠. 여름에는 본다이-쿠지(Bondi to Coogee) 트랙킹 코스를 자주 다녔고, 비치에서 놀며 일광욕하기도 즐겼어요. 생각해보니 여행, 쇼핑, 요리, 수영 등 정말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겼었네요.

Q.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는지

A. 항상 실전 회화에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팝송을 자주 듣고 미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영어가 두렵다기보다는 재미있었고요. 하지만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실전 영어는 정말이지, 다르게 다가왔었죠. 하지만 겁 없이 영어를 내뱉는 성격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 외국인이었던 환경 덕분인지 6개월 만에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영어 실력이 늘었어요.

▲멜버른(Melbourne) 오션로드 로드트립에서의 최선주 씨
▲멜버른(Melbourne) 오션로드 로드트립에서의 최선주 씨 (사진제공=본인)

Q. 여행지 추천을 해주자면

A. 호주 워홀러들이 가는 여행지는 거의 다 찾아간 것 같아요. 제일 만족도가 높았던 곳은, 역시나 직접 발품 팔아 찾아낸 장소들이죠. 보다이-쿠지 트래킹 코스 중간에 위치한 고든스베이(Gorden's Bay)는 정말 오지(Aussie, 호주인) 사람만 가는 곳인데, 바위 위에서 태닝하고 푸른 산호초 속에서 수영하는 짜릿함이 엄청났죠. 아, 알려지면 안 되는데. (웃음)
 숲속에 길게 나 있던 자전거 길을 혼자 질주하기도 했어요. 외국인들밖에 없어서인지 뭔가 외로워지면서 아련했던 그 느낌을 즐겼죠. 외국 친구들이 알려준 시크릿 비치도 많이 다녔어요. 혼자 다녀왔던 브리즈번도 좋았고, 멜버른 오션로드 로드트립은 단연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죠. 나중에는 꼭 퍼스와 골드코스트도 가보고 싶네요.

Q.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A. 1,000% 만족이요. 호주에서의 2년이 없었다면 지금 내 모습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요. 내 인생에 소중한 경험을 선물했다고 생각해요. 각기 다른 이야기가 있는, 다양해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사는 곳을 바꾸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고, 언어도 바꾸니 새로운 삶이 펼쳐지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Q. 타국에서 홀로 살며 힘들지는 않았는지

A. 힘들었던 때, 참 감사하게도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이 항상 주변에 있었어요. 사랑. 웃기지만 사랑을 배우고 왔죠. 나를 사랑하는 방법,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 모두 다요.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꼈어요. 누군가를 미치게도 사랑해봤고, 타지에서 채워지지 않던 외로움을 오로지 사랑으로 이겨내는 방법도 배웠어요. 힘들었던 시기는 극복했다기보다는 사랑과 모든 배움 덕분에 그럭저럭 잘 흘러갔었죠.

Q.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했다면

A. 먼저 영어가 생각나네요. 단순히 소통하기 위해서가 아닌, 성장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도 공부하고 있어요. 덕분에 영어 강사로도 일하고 있고요. 영어로 연기하겠다는 꿈이 더욱 확고해졌고, 인생에 목표가 생겨서 너무 즐거워요.
 삶의 모토도 생겼어요. 더 나은 집, 더 나은 직장, 더 즐거운 경험 등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커졌었고, 압박감에 짓눌려 힘겨웠지만 그럴수록 초연해졌었죠. 그렇게 타지에서 홀로서기를 하며 '담담히, 성실히, 진심으로'라는 생활신조가 생겼어요.
 제일 많이 변한 부분은 낯선 이에게도 항상 미소 지으며 그들과 아무렇지 않게 일상대화를 나누는 제 모습이요.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요.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 이방인인 제가 받았던 살가운 미소와 포옹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매 순간 타인의 따스함을 넘치게 느끼며 긍정적인 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제 것으로 만들었어요.

Q. 20대, 특히 20대 중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글쎄, 세상은 정말 넓고 당신의 가능성은 기대 이상이라는 것? 신선한 경험을 자신에게 선사해주세요. 굳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어도 관심 가는 분야가 있다면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 경험과 추억을 가지면 좋겠어요. 저는 요즘 역사에 더욱 관심이 생겨 주말마다 전국으로 답사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내 삶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본인에게 추억거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 추억들을 가지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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