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백수일기 #7_나를 백수라 부르지 마라, 포의건달이라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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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백수일기 #7_나를 백수라 부르지 마라, 포의건달이라 불러라
  • 한성규
  • 승인 2019.08.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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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규 기자
▲한성규 기자

[미디어라인=한성규 기자] 백수가 된 나는 올해 울산의 태화루라는 누각에서 한량무라는 춤을 배우고 있다. 춤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무용을 전공했고 한국의 전통남자춤을 이어가는 직업인이다. 같이 춤추는 학생들은 사업하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주부들도 계신다. 나는 이 수업에서 압도적으로 나이가 어리다. 또한, 한량무를 배우는 학생들 중 나만 진짜 한량이다. 다른 분들은 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한량무를 추로 온다.

백수의 종류

요새는 직업 없이 노는 사람을 백수라고 통칭하지만, 백수라는 단어는 모든 노는 사람을 아울러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고 한다. 백수도 구분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백수는 맨손 혹은 빈손을 뜻하는 한자말이다. 이 말은 조선시대 때 사용된 말로 주로 재물이 없고 소득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나처럼 적극적으로 노는 사람들은 건달, 한량, 파락호라는 말로 구분해서 불렀다고 한다.

먼저, 건달은 재물도 없으면서 일하지 않고 빈둥빈둥 노는 사람을 뜻한다. 둘째로 한량은 재물은 있는데 생산적으로 살지 않고 허랑방탕하게 노는 사람을 일컬었단다. 마지막으로 파락호는 행세하는 집안의 자손으로 허랑방탕하여 인생이 결딴난 사람을 뜻한단다.

재산세가 한 푼도 나오지 않고 집도 없고 차도 없어 건강보험료도 만원 남짓 나오는 나는 도저히 재물이 있다는 한량은 될 수 없겠다. 한량무 괜히 배우는 건가?

조선시대 유명인 백수 연암 백지원

조선시대 선비 유한준의 아들 유만주가 남긴 책 <흠영>에 따르면 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도 당시 사람들에게 인생을 포기한 파락호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파락호인가? 연암은 당시 명문거족 노론의 직계 자손이어서 명문가 자손이라는 기준에 맞고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우리 집이 조선시대 때 영의정까지 지낸 한명회 직계 후손의 명문가라고 우기지만 그렇게 치면 대한민국에 명문가 출신이 아닌 사람은 외국에서 귀하한 없을 테니 나는 명문가의 자손이 아닌셈이다. 또, 나는 무관과 문관 과거를 두 번이나 통과해서 관직에 나갔으니 파락호도 아닌 셈이 된다.

관직에서 물러나 노는 사람들을 백수라거나 건달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자료를 찾았다. 조선시대 때 관직에서 물러나 노는 사람들은 은사, 처사, 포의, 산림지사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렀단다.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에 은둔하거나 산림 속에 칩거하는 사람을 은사 혹은 산림지사라고 하고, 관직을 가지지 않는 경우에 배옷을 입으므로 포사라고 했단다.

은사, 산림지사, 처사는 현실정치에 대한 대결의식, 즉 현실정치에 대한 항거의 의미로 관직을 버린 사람들이라는 뜻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는 단어란다. 나는 내가 일했던 한국정부든 뉴질랜드 정부든 정부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고 좀 더 재밌게 살고 싶어서 노는 것이기 때문에 은사, 산림지사, 처사는 아닌셈이다. 

유희라는 공부

그나마 나에게 맞는 명칭은 포의와 건달밖에 없으니 그냥 포의건달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글을 쓰고 싶은 내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연암 박지원은 '유희' 하나만을 평생의 공부로 삼았단다. 자기 앞에 놓인 놀거리가 맑은지, 혼탁한지, 고상한지 비속한지, 순수한지 잡된지 따지지 않고 유희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슨 일이든 참여했단다. 어린애들 술래잡기부터 기생방의 술판, 글을 짓는 자리부터 길에서 펼쳐지는 잡극까지 유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연암은 놀았다고 한다. 유만주는 이 또한 연암이 덧없는 삶이 한 차례의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른 나이에 깨달아 이렇게 살았다고 평하고 있다. 나도 요새 한량무 뿐만이 아니라 지역연극단에서 연극도 하고, 소설도 쓰고 오락도 한다. 

20, 30대 사망원인 1위 자살

정규직과 남들보다 잘 먹고 잘 노는 것에 목메는 세상이다. 너무 남과 비교하며 살다 진짜 목 메달아 죽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하지만 20, 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라고 한다. 내 친구들은 현모양처와 결혼해서 행복하고, MBA공부도 하고 있으며 외국에 파견을 나가 일도 하며 연봉도 1억씩 받는 아이들도 많다. 나는 친구들이 전혀 부럽지 않고 비교할 생각도 없으며 친구들이 맛있는 것을 사주면 그냥 좋다고 얻어먹는다.

사는 게 즐거워지는 데 거창한 조건은 필요치 않은 것 같다. 생각만 바꾸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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