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만들어 낸 슬픈 이야기
상태바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만들어 낸 슬픈 이야기
  • 이재상
  • 승인 2019.08.10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라인=이재상 기자] 일본의 무역제재가 하루하루 심화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반응도 갈수록 격양되고 있는 양상을 띄고 있다. 외국이지만 가격이 저렴해 많은 국민들이 여행지로 손꼽던 관광지인 일본은 오사카 간사이 공항 기준 19%의 관광객이 감소했고, 유니클로는 수출 규제 이후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다. 또한, 대형마트 3사는 일본 맥주를 판매에서 제외하고 일본 맥주 유통사들은 전 직원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등 ‘NO 일본’에 대한 움직임이 결과로 표현되고 있다.

다만, 일본에 대한 자극적인 행위들이 도를 지나치는 경우도 속속히 보이고 있다. 유니클로를 구매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는 ‘유니클로 순찰대’ 문제라던가, 여행 선의 일본인 탑승 비용이 815만 원이라며 노이즈마케팅을 진행하거나, 지자체 차원에서 ‘NO JAPAN’ 현수막을 거는 도를 넘는 행위들이 보인다.

• 보이콧이 나은 피해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가 시작되면서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가 작성된 이미지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일본 관련 물품의 불매운동이 확산되었다. 그 덕에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와 신성통상의 ‘탑텐’ 매출이 상승했고, 신성통상의 주식이 상승세를 타는 등 좋은 효과가 발생했다.

▲대형마트 내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팜플렛 게시 (사진제공=SBS)

다만 지구촌 사회에 있어서 보이콧 운동이 일본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업계에 종사하는 한국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일본 맥주 불매가 시작되면서 편의점 점주들은 일본 맥주에 대한 재고 전체를 떠안았고, 유통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에 있는 일식집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일식집을 운영하는 사장 한 씨는 "불매운동 이후로 고객이 줄어들었다는 말은 절대 농담조가 아니다" 라며 "이 상황이 오래 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라고 밝혔다.

• 일본산은 여전히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홍남기 장관은 지난 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한일 무역 분쟁에 대한 대책으로 “5년 내로 소재 부품의 공급 안정을 이루겠다“라고말했다. 문제는 반도체 업계에서 5년이면 세월과 강산이 많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바일 AP만 보아도 5년 전 28nm 공정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7nm EUV 공정을 사용하고 있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완제품만 봐도 5년 전의 반도체 제품과 현재의 제품은 차이가 극명하다.

국내 언론들은 “한국에도 대체재가 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일본산 소재와 부품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것이 현재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장기적으로는 주요 소재와 장비의 수입처를 다변화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일본 소재와 장비가 아니면 작업이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3, 4개월치 부품은 확보됐으나 그 이후는 알 수 없다”라고 말 한 것처럼 말이다.

다소 자본적으로 여유로운 대기업도 대체재 도입을 쉽게 하지 못하는데 이들의 하청업체들은 어떨까? 지금도 소재가 바뀌면 장비가 바뀌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에 일부 하청들은 월급마저도 대출해서 지급하는 처지이다.

• 정부•지자체의 불필요한 개입

▲지난 6일, 반일 보이콧 현수막을 서울시내에 걸고 있다. (사진=이재상 기자)

서울특별시 중구청은 2일 전, 보이콧 현수막을 설치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이를 철회했다. 중구 내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명동, 을지로, 남산, 시청광장 등이 있는데 서양호 중구청장은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과 우리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며 현수막을 제작했으며 현수막을 설치하는 분들도 “국가를 위해서”라고 말하며 현수막을 설치했다. 물론 지속적으로 접수된 여러 민원으로 인해 현수막은 하루도 가지 못하고 철거됐다.

유감스럽게도 서울시 집계 결과 지난 6월까지 서울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의 비율은 중국에 이은 2위이다. 양국의 감정 골이 깊어져가는 지금 시점에서 서울을 방문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이라면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거나 나쁘지 않은 상황일 텐데 지자체가 현수막을 설치해 애꿎은 사람들에게 괜한 긴장감만 부여했다. 외국에서 반한 시위가 일어나면 내 신변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

슬프게도 해당 일에 대한 수익은 전무하다. 관광지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는 사람들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 그리고 상대 측인 일본인 관광객이다. 가뜩이나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들도 ‘혐한’으로 인해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아 재방문을 꺼려 하며, 신변 안전을 불안해하는데 지자체가 쇼비니즘(맹목적 애국주의)을 보이면서 그들에게 안 좋은 경험을 심어줬다. 최근 한국에 방문한 일본인 요시노 하루코(23) 씨는 “한국의 지하철에도 비슷한 내용이 붙어있었다"라며 “정치적 관계가 잘 해결되길 바라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무섭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반일 현수막 게시에 대한 일본 방송 (사진=일본 ANN뉴스 캡쳐)

그리고 해당 현수막 설치와 관한 뉴스는 일본 방송에서 보도됐다. 정부가 만들어낸 국제적 망신은 뒤집기도 어렵다.

• 반일감정이 위협하는 국가안보

문재인 정부는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라는 카드를 지속적으로 만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규제 초기에 ‘협정 유지’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으나, 지난 7월 19일 일본 외무상의 담화 이후 “모든 옵션 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은 “2018년부터 GSOMIA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라며 “일본 측에서 한국에 정보제공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는데 어쩌면 이 의견이 반영되었을 수 있다.

문제는 GSOMIA는 일본뿐 아니라 우리의 군사동맹국인 미국과도 엮여있는 사안이며 한국이 가진 정보력이 일본에 비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잠수함 정탐, 동향 보고, 북핵시설에 대한 인공위성 정찰 등 엄청난 수준의 정보를 미국에게 받았지만 정보의 출처는 일본이었다.

미국은 GSOMIA 폐기를 반대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이나 일본이 양국 간 문제로 GSOMIA를 파기하려고 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힌 바가 있고, 일본은 “GSOMIA 파기할 생각이 없다"라며 의견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이 GSOMIA를 파기하려고 한다면 한미 동맹이 약화되고 미일 동맹만 강화되어 한국만 배제되는 최악의 경우가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일본은 백색 국가 배제 조치 시행 일자를 GSOMIA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8월 27일의 다음 날인 8월 28일로 설정했다.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책)이 있다 하더라도 한국이 하는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도통 알 수가 없다.

• 올바른 판단으로 평화로운 행동을 하길

이번 사태 이후로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오사카에서 유학 중인 강주용(26) 씨는 “한국인이 꽤 보이지만 적어도 40%는 줄었다. 햅 파이브는 60%가량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리 대통령은 “북한과 협력해 일본을 따라잡겠다” 말하고, 여당에서는 여행경보를 이야기하며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언급하는 등 감정적이지만 상식적이지 못한 이야기를 지속하고 있다.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 전에 우리 정부가 북한과 협력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왜 여행경보를 확대함으로써 국민의 공포감을 조장하려 하며, 다년간 올림픽 출전만을 위해 준비한 선수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것이 과연 가치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다행히 슬기로운 국민들은 “NO JAPAN”이 아니라 “NO ABE”라고 말하고 “불매는 강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타인의 일본 제품을 구매함에 있어서 제재를 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높은 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당장의 감정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지속 가능성을 보고 합리적인 관계를 일본과 유지해 미래세대에게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