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아날로그적 감성,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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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눈] 아날로그적 감성, ‘접속’
  • 김이곤
  • 승인 2019.08.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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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접속'을 보고
▲김이곤 기자
▲김이곤 기자

[미디어라인=김이곤 기자] 90년에 인터넷이 시작되면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PD인 동현과 수현은 온라인채팅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동현과 수현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가 자기처럼 외로운 사람이고 반응 없는 사랑에 대한 열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한다. 통신 속 만남이 빈번해지면서 그들은 어느덧 서로에게 빠져든다. 수현은 어느덧 짝사랑을 정리하고, 동현도 원치 않는 삼각관계를 이유로 방송국을 그만둔다. 일체의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진 이들은 온라인에서의 만남을 벗어나, 함께 영화를 보기로 한다.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몇 번 스쳤지만, 서로를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당신과 내가 만나게 되는 것은 일말의 우연적인 사건이 아니라 만나게 될 사람, 차곡차곡 쌓여진 운명이라는 것을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영화의 중반쯤 레코드 가게의 좁은 계단에서 또 한 번 둘은 스치게 되는데, 수현은 시야에서 사라진 그 남자를 향해 잠시 돌아본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운명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곧 만나게 될 두 사람을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단지 일상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한 것처럼 연출한 것은, 관객에게 보내는 감독의 메시지인 것 같다.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꿈같은 만남이 아니라, 자신조차 의식할 수 없는 짧은 만남의 연속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인연이 된다고 말이다. 영화‘접속’은 쉬운 만남이란 없다는 것을 알리면서 동시에 이별 또한 어렵다는 것을 전한다.

 제목마저 신선한 ‘접속’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당시만 해도 이전에 나온 한국영화와 분명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 영화의 흥행 원동력 중 하나인 ‘통신’은 90년대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했다. 여기에 익숙한 남녀의 만남을 자연스레 접목시킨 것이다. ‘접속’에서 두 사람은 통신을 통해 사랑의 부재로 나타나는 상실감과 현실의 고통을 위로받고 또는 조언을 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외에도, 인연이 서로 만나서 지난 아픔을 나누어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독특한 시선에 빙점을 찍는다.

 ‘익명성의 악용’과 같은 생각은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없었다. 의심조차 하지 않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믿어버리는 것은, 단지 순수했다기보다 아직은 신기하지만 꾸밈없는 90년대 통신 시절이기 때문이 아닐까? 5G가 등장한 디지털 시대의 지금, 이런 아날로그적 순수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개봉한 지 20년이 넘게 흘렀음에도 평점 8.65라는 좋은 평을 받은 이유는, 관객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의 90년대 풍경을 선사하며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케 해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은 0과 1로 구성된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여러 가지 정보를 생산 및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모든 정보들은 0과 1, 혹은 on/off 의 이분법으로 환원된다. 하지만, 세상은 이분법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밤과 낮 사이에 새벽과 황혼이 있듯이 자연에서 0과 1사이에는 무한히 많은 점들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도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디지털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 인터넷 신문보다 잉크 냄새를 풍기는 신문을 고집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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