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백수일기 #8_외국인들 왜 자꾸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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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백수일기 #8_외국인들 왜 자꾸 맞는 거지
  • 한성규
  • 승인 2019.08.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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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규 기자
▲한성규 기자

[미디어라인=한성규 기자] 뉴질랜드에서 직장을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올 때 결심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돈 안 되는 짓 하며 살아보자. 둘째,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봉사활동도 어느새 100시간을 넘어 200시간을 향해 달려간다. 돈이 안 되는 짓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유쾌했다. 당연했다.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사귀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 남을 도우면서 만난 사람들은 참 따뜻했다. 원래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모였으니 서로 알뜰살뜰 도우려 드는 것도 당연했다.

한국거주 외국인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

내가 한국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민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당시에 나는 아직 현직에 있었고, 한국에 1년에 몇 번씩 부모님을 뵈러 왔다. 부모님은 울산에서도 1시간이나 시골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에 살고 계셨다.

버스 안에서 촌 할머니 한 분이 나를 쳐다보더니 짐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셨다. 나는 이 할머니가 칼이라도 꺼내서 돈을 뺏으려 하나, 나는 긴장했다. 

할머니가 꺼내 든 것은 빨간색의 작은 요구르트였다. 이거 뭐지, 하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나에게 요구르트를 들이밀더니 할머니는 말했다. 

‶어디서 왔어?″

‶네?″

‶어디서 왔냐고? 파키스탄?″

‶할머니, 저 한국 사람인데요.″

‶어? 한국말 잘 하네. 그래 언제 왔어?″

‶할머니 저 한국 사람인데.″

‶그래, 그래. 고생이 많다. 이 먼 데까지 와서. 어휴. 불쌍하게.″

할머니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요구르트를 빨아 먹으며 나는 생각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불쌍하다고?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 사람들의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게 아닌가. 요구르트는 달았는데, 양은 너무나도 적었다.

매 맞는 외국인들

최근에 베트남 결혼이민 여성이 자기 아이가 보는 앞에서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때린 이유는 한국말이 서툴러서라고 했다. 아이는 어쩔 줄 몰라 울고불고 했고, 맞고 있는 결혼이민 여성은 구석에서 힘없이 쭈그러져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밭에서 일을 하다가 한국인 사장에게 맞았다. 때린 이유는 일 할 때 쓰는 장갑을 달라고 해서였다고 한다. 전 세계 어느 노동법에도 외주로 일을 맡기지 않는 이상, 작업에 필요한 도구는 고용주가 제공하게 되어있다. 건장한 남자가 쭈그리거나 넘어지지 않자, 한국인 사장은 발까지 걸어서 넘어뜨린 후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왜 맞았을까

뉴스에서는 때린 사람에게만 물어보았다. 왜 때렸냐고. 나는 궁금했다. 결혼이민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왜 그 사람들에게는 아무도 안 물어볼까. 아차, 말이 안 통하지. 그럼 내가 가서 손짓 발짓으로라도 물어보자. 

그리고 말이 안 통한다고 하니, 욕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할 수 있는 한국어를 좀 가르쳐보면 어떨까? 어차피 상사가 개XXX! 라거나 씨XXX! 라고 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한국어 교재도,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한국어 선생님도 가르쳐 주지 않으니까.

나도 일본이나 중국, 유럽, 뉴질랜드, 호주에서 살 때 길거리에서 갑자기 욕을 먹은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서는 극우단체, 유럽에서는 나치추종자들, 뉴질랜드에서는 심지어 중학생들에게까지 욕을 먹은 적도 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어떻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때 제대로 대처했었더라면 지금처럼 트라우마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우리도 때리면 아파요' 프로젝트 시작

한국에서 맞고 사는 외국인들을 만나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줄 생각이다. 그리고 부록으로 갑자기 한국어로 욕을 먹었을 대응할 수 있는 <생존 한국어>도 넣을 생각이다. 다행히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100원 아니, 18원 후원이라도 좋다. 십시일반 해서 한 번 물어보자. 왜 맞았냐고. 그리고 가르쳐주자. 한국어로 욕을 먹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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