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영화 속 ‘神女(신녀)’에서 현대 사회 속 ‘剩女(잉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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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 속 ‘神女(신녀)’에서 현대 사회 속 ‘剩女(잉녀)’로
  • 김이곤
  • 승인 2019.10.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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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녀'를 보고
▲김이곤 기자
▲김이곤 기자

[미디어라인=김이곤기자] 주인공은 낮에는 아들을 향한 모정, 밤에는 몸은 파는 여인으로 변신한다. 어느 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그녀는 다급히 몸을 숨긴다. 숨어 들어간 곳은 건달의 집이었고, 그런 ‘인연’으로 건달은 그녀가 고이 모아온 돈을 갈취한다. 아들 하나만큼은 잘 가르쳐 보고 싶었던 그녀의 꿈은 자신의 신분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감이 된 아들을 보면서 부서진다.

건달의 갈취와 핍박에 견디다 못한 그녀는 끝까지 저항하지만, 아들마저 위협당하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건달을 죽인다. 결국, 그녀는 감옥에 갇히고 만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현대적인 도시로 급성장한 상하이의 면면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여성의 모습도 그려냈다. 특히 어머니와 매춘부를 오가는 정체성 횡단 캐릭터를 통해 이런 상황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임을 폭로했다.

청나라 전통 복식인 치파오는 주인공의 몸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옷으로 진화하면서 ‘밤의 여인’ 캐릭터를 표상하는 소재로 활용된다. 영화<신녀>는 억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착취하는 남성에게 스스로 처벌을 가하는 여성을 창조한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성을 독립적 개체로 본 획기적인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녀 역시 현실 권력의 처벌 대상으로 전락하지만, 그런 복잡한 현실과 이상의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영화는 주목받을 만하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의 여성들은 어떨까?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은 ‘사회’와 ‘남성’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적 인격체로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여전히, 전통적 ‘남아 중심 사상’이 남아 있는 중국 사회였기에, 전체 인구 비율상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3천만 명 정도 더 많다. 당연히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남녀의 비율이 맞지 않는 상황이 되자 중국 정부는 여성들에게 27세 이전에 결혼할 것을 강요한다.

그렇지만, 2012년 기준, UN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27~29세의 여성 중 1/4이 미혼이며 이 비율은 증가추세이다. 이에 중국에서는 일찍 남성에게 시집가지 않은 여성을 ‘남는 여성들’이라는 의미의 ‘성뉘(잉여 여성)’라고 비하해 부르는 분위기가 생긴다. 여성들을 ‘엄마’라는 틀과 ‘결혼 제도’ 속에 편입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자유로운 본인의 삶을 위해 태어난 나라를 떠나는 결정을 내리는 여성이 많다. ‘성뉘’라는 낙인을 피해 자신의 의지대로 살기 위해 조국을 떠나는 여성이나, 엄마라는 무거운 지위를 피하고자 ‘비혼’을 선언하는 여성들이 그 예이다. 나는 이를 보며, 한국의 상황이 떠올랐다. 나라는 다르지만, 저마다의 문화적 상황에 맞춰 여성들의 삶은 재단되고, 그렇게 재단된 삶을 탈피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여성이 각자의 위치에서 고뇌하고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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