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왕치아즈에게 영화관이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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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왕치아즈에게 영화관이란 무엇이었을까
  • 김이곤
  • 승인 2019.10.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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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색계'를 보고
▲김이곤 기자
▲김이곤 기자

[미디어라인=김이곤기자]우리는 스파이라 하면 액션 및 스릴러물을 떠올린다. 첩자나 간첩이라는 말에는 간교한 이미지가 겹쳐진다. 모두가 음지에서 움직이는 그림자 인생인 것이다.

영화<색계>에서 우리는 왕치아즈의 스파이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그녀는 조직의 명령을 부여받고, 친일파 두목을 암살하기 위해 본인이 신분을 숨기고 위장한다. 그녀는 틈나는 대로 홀로 영화관에 들어가 옛날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 속 여배우에게 ‘자신’을 이입한다. 여배우들이 스크린 속에서 연기를 한다면 ‘본인’은 ‘현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할 뿐이라고 말이다. 불이 꺼지는 순간만큼 자신의 형편없는 삶을 연기라며 위안할 수 있다.

비록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목에 자신의 정보를 기다리는 항일단체를 만나야 하지만 말이다. 나는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고, 이를 보며 ‘각자 다른 삶의 경유지로서의 영화관’이라는 개념을 정의 내렸다. MBC 뉴스는, 최근 영화를 통한 심리치료가 직장인에게 급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람들은 현실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영화관에 가는 경향이 높음을 덧붙였다. 밖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폭염에 찌들든 간에 영화관 안은 언제나 동일한 어둠으로 격리되어 있다.

하지만 때로 그 어둠은 내면의 불을 켜 또 다른 고독감을 선사한다. 그래서 영화관은 ‘그들 각자의 공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불이 꺼지고, 옆 사람의 존재가 희미해지면 비로소 영화와 나, 둘만 남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왕치아즈도 틈이 나는 대로 영화관을 찾았을 것이다.

나는 학교에서 영화 <색계>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CGV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았다. “가을 대중영화 개봉”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개봉작의 포스터들이 걸려있었다. 대중영화란 말 그대로 한 사람이나 한 사람의 기호보다는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보편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영화라 칭한다. 보편적 오락이라는 개념에는 ‘작가’ 혹은 ‘개성’이라는 말이 빠져있다.

그래서 대중성은 단순한 오락의 개념과 혼동될 수밖에 없다. 100명이 좋아하는 한 가지 영화라는 전제에 개인의 주관성이라는 개념이 끼어들기는 쉽지 않은데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영화관은 매우 주관적인 장소다. 누군가는 애인의 손을 잡고 영화를 보지만, 누군가는 이별의 고통을 잊고자 같은 영화를 선택한다.

어두운 영화관 속에서 다른 추억을 쌓아가는 관객의 이미지는 마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다양한 운명을 다루는 듯하다. 같은 영화를 보지만, 영화의 막이 내리고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인생의 궤도는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스크린을 응시하는 왕치아즈의 슬픈 눈은 그녀의 스트레스가 심각함을 짐작하게 한다.

그녀가 앉아있는 좌석은 분명 관객들과 같이 있는 영화관이지만, 그녀는 그들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영화관의 어두운 불빛은 그녀의 깊은 슬픔과 어두움을 더 강조한다. 과연 왕치아즈에게 영화관이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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