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광장에서의 집단 코스프레, 과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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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광장에서의 집단 코스프레, 과연 괜찮을까?
  • 박정수
  • 승인 2020.01.1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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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서 위화감을 형성할 수 있어...
▲박정수 칼럼니스트
▲박정수 칼럼니스트

[미디어라인=박정수 기자] 서울, 특히 서초구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양재시민의숲'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양재시민의숲에는 양재AT센터와 매헌윤봉길기념관이 위치하고 있다. 서울 남부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주된 산책/피크닉 장소가 되는 곳이다.  

2019년, 어느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필자는, 3호선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고 양재시민의숲에 들렀다. 독립지사인 매헌 윤봉길 선생의 뜻을 되새기며 산책을 하고 싶어서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양재시민의숲에서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재미있는 행사인가 살펴보기로 하였다.

굉장히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는데, 연령층은 대부분 10~20대로 보였다. 그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만한 의상(서양풍과 혼재되어 있었음)을 착용하고, 가발을 착용한 것인지, 염색하였는지 머리색도 각양각색이었다.

'서울 코믹월드'

그날 양재시민의숲에서는 만화/애니메이션 동인 행사로 유명한 서울 코믹월드가 열리고 있었다. 코믹월드에 참여한 '코스어(코스프레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들은 그 일대를 모두 '점거'하였다. 행사가 진행되는 AT센터와, 매헌윤봉길기념관 건물까지, 모두 코스어 인파들로 붐비었다.

'기자 본능'이 발휘된 필자는 한 코스어에게 대화를 시도하였다. 일본 'VOCALOID(음성 합성 엔진)'의 이미지 캐릭터로 유명한, '하츠네 미쿠(初音ミク)'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어였다. 

그 코스어는 아직 대학에 입학하지 않은 '남성 고등학생'(하츠네 미쿠가 여성 캐릭터인 것은 넘어가자.)이었으며, 이번 서울 코믹월드에 참여하기 위하여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말하였다.

코스어에게, 어떻게 서울 코믹월드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기 팍팍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코믹월드 행사에 참여해서 독특한 의상도 좀 입어보고 스트레스도 풀어보려고요..."

코스어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또한 캐릭터의 가발과 의상을 일본 현지에서 비싼 가격으로 '직송'받았다고 말하였다.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이 이용하는 공원, 특히 매헌윤봉길기념관 근처에서, 일본/서양풍의 복식을 갖추고 일본 노래를 부르며 위화감을 주는 코스어들의 행위가 타당한 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았다.  

코스어들이 그들의 집에서 무엇을 입든 그것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독특한 복식, 특히 한국인의 정서에 위화감을 줄 수 있는 복식을 갖추고 바깥으로 나와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는 순간, 그것은 공공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는 '할로윈데이'가 있다. 할로윈데이에 어린이들은 다양한 코스프레 복식을 갖추고 주택을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요구한다.

영어권 국민들의 정서와 할로윈데이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일 코스프레를 즐기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또한 할로윈데이는 1년에 한번 있는 날이라 좋게 봐줄 만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코스프레 축제'는 전혀 아니다. 일본/서양풍의 코스프레 복식 자체가 국민들의 정서와 심히 동떨어져 있으며, 1년에 수많은 날을, 심지어 동일 장소(양재시민의숲, 학여울역 등)에서 개최하여 근방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자잘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생각도 든다. 학업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가 오죽했으면, 고등학생/대학생들이 광장으로 나왔을까, 그들은 '우리도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마음을, 은연 중에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본인들의 취미가 때로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자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법과 질서'에 의거하여 행사를 진행함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가정해도, 일탈을 저지르는 소수의 인원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며, 그로 인해 '행사 자체'가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될 것이다.

더불어, 보다 엄숙함이 요구되는 장소에서 그러한 행사를 진행한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살아 생전 일본에 항거하였던' 독립지사 윤봉길 선생의 기념관이 있는 장소에서, '일본풍의 복식을 갖추고 돌아다닌다면'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면적이 넓어 행사를 진행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엄숙함이 요구되는 장소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 학생들일지라도,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자 '시민'이다.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함과 더불어, 상호 간에 존중해야 할 사회적 규범, 즉 '선'이 존재하는 사회가 바로 '시민 사회'라는 것을, 이들 역시 인지하고 성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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