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쥐어 짜고 또 짜는 무급인턴, 청년은 아프다
상태바
[청년의 눈] 쥐어 짜고 또 짜는 무급인턴, 청년은 아프다
  • 김동영
  • 승인 2020.03.19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급인턴, 무엇을 위한 인턴인지 각 관계자들 모두 고민해봐야
▲김동영 기자
▲김동영 기자

[미디어라인=김동영 기자]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나 청년이 되면 대부분인 누군가는 고달픈 구직시장을 마주해야만 한다. 구직시장은 녹로지 않다. 실업률은 2020년 2월 기준 4.2%대(통계청) 이고, 3년이상 장기 미취업자 또한 26만명(통계청)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경력이다. 아이러니 한 일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에게 돈을 들여 가르치기 보다는, 이미 길러진 ‘중고품’을 원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입사원이 되려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렇다면 취업의 문은 왜 이렇게 좁아진 것일까?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과거 IMF사태 이전까지는 정부주도로 중화학 공업이 대기업을 필두로 집중적으로 육성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후 경제성장률이 꺾이고 기존 경력자들 조차 회사에서 퇴사 당하기 일수였다. 이후 당시만큼 대학에 기업들이 나와 모셔가는 형국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의 취업시장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두 번째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의 발달이다. 온라인 시장이 발달하면서 정보가 비약적으로 투명해졌다. 구직자들은 더 이상 정보를 얻기 위해 취업박람회나 가고 싶은 기업을 직접 방문해야만 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투명성으로 인해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과 ‘나쁜 직장’이 구분되었고, 좋은 직장으로 구직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구직시장을 통해 고착화 되었고 좋은 직장은 더욱 더 들어가기 어려워지고 있는 반면, 나쁜 직장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처지가 되었다.

시대가 어려워졌다고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할 리는 없다. 구직자가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총 5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스펙쌓기 과정이다. 한국사 자격증,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워드 자격증, 토익, 스피킹 성적, 봉사활동, 어학연수, 학벌, 대외활동 및 공모전 등 해야 할 항목이 너무나도 많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보가 투명해진 지금은 이러한 활동들이 기본인 축에 속하게 되었다. 따라서 특수 자격증, 소수언어 능통, 창업경험 등이 기존에 스펙에 더해진 우수 스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스펙을 갖추었다고 바로 취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별 자기소개서의 관문이 도사리고 있다. 자기소개서가 무슨 관문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회사에 맞추어 써내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남들보다 뛰어나게’써야 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스스로 작성하고 검토하는 구직자들도 있으나,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하는 비싼 자기소개서 컨설팅 및 학원을 다니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세 번째는 인-적성 검사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아이큐가 높거나 인-적성 검사에 특화된 사람은 수학기간이 길지 않지만, 일반 사람들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이를 공부한다. 물론 인-적성 검사에서 100점을 맞는 사람은 거의 없고 100점을 목표로 공부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들보다 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이 인-적성 공부의 무서운 점은 타고난 능력이 없다면 인-적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해도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도 있다.

네 번째는 면접이다. 면접이야 말로 본인을 그대로 드러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철저히 한국 기업과 한국식 ‘예의’로 포장한 면접자가 되어야 한다. 아무 정보 없이 면접 장에 갔다간 경쟁자들에게 밀리기 일수다. 경쟁자들은 이미 이미지와 스피치 과외 및 학원에서 철저히 무장하고 온 병사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구직자들 또한 과외 및 학원의 유혹을 받는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수가 이를 행한다.

그토록 원하는 구직을 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갖추어야 할 조건이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하나가 남아있다. 바로 경력이다. 경력이야 말로 회사들이 원하는 최고의 스펙 중 하나이다. 하나의 회사에서 인정받고 살아남았다는 것은 다른 회사에서도 적응하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이 좋은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아르바이트나 인턴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인턴의 경우 ‘금턴’으로 불릴 만큼 취업에 버금가는 난이도를 자랑한다.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금융공기업 인턴이나 사회 인프라 시설 인턴의 경우 높은경쟁률을 보여준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정규직 채용에서 187.5: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턴은 통계치가 없으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사회적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한가지 수를 생각해냈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으니 공급자가 유리하다. 따라서 무급인턴공급을 통해 회사 일에 보탬은 되고, 구직자는 경력이라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다.

그러나 무급인턴은 고달프다. 교통비와 식대는 스스로 내야하고 혼자 살 경우 방세까지 무급인턴 생활 내에서 부담해야 한다. 즉 마이너스 인생의 연속인 것이다. 초, 중, 고, 대학교까지 제대로 된 월급을 받아보지 못했지만, 인턴생활 또한 이것이 이어지는 셈이다. 영국의 경우 무급인턴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의 무급인턴은 돈을 받지 않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당사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1차적으로는 제도적으로 이를 막지 못한 국가의 책임, 2차적으로는 구직자의 절박함을 이용한 기업에, 마지막으로는 이를 하고 있는 구직자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구직자가 모두 무급인턴을 하지 않는다면 뽑지도 않을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이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결국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무급인턴에 대한 해결책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무급인턴은 청년의 아픔을 더욱 조여올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