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여우는 포도를 탐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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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여우는 포도를 탐낼 수 있다
  • 신지은
  • 승인 2019.05.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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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은 기자
▲신지은 기자


[미디어라인=신지은기자] 철학책에서 종종 '르상티망(ressentiment)'이란 용어를 볼 수 있다. '약자가 강자에게 품는 질투,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이란 뜻의 프랑스어다. 철학에서는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패배주의적 분노 혹은 삶의 허무함에 대한 억압적인 각성'을 말한다.


르상티망은 우리의 삶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감정이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수중에 돈이 없을 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은 돈 아까워. 나는 학교 앞에 저렴한 커피가 더 맛있어서 스타벅스는 잘 안 가" 라고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왜곡해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결여된 점을 부정하며 합리화하는 것을 말한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본래 자신이 인식한 능력과 판단이 왜곡돼 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원인이 되는 가치에 복종하거나 가치판단을 바꾸려고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명품을 비판하면서 갖기를 희망하고, SNS에서는 비싼 화장품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저렴이’ 화장품에 열광한다. 유혹이 많은 사회에서 르상티망에 과하게 사로잡히는 것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르상티망을 이용한 합리화는 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즉 르상티망으로 인한 결여의 부정은 삶을 구원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열등감과 부족함을 피하려고 애쓰는 걸까. 더 흥미로운 것은 최근 많은 SNS나 책 등에서 시기와 질투를 개의치 말고 피해가라는 조언을 던지기도 한다. 우리도 모르게 르상티망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우리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그 사고방식도 르상티망이 돼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열등감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그러한 감정 역시 본인을 비추는 모습이다. 시기와 질투는 인간이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뛰어나고 싶은 욕망, 타인에겐 있고 자신에겐 없기에 채우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열등감 속에서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시기심을 노력과 도전을 통해 해소하면 자신의 개발이 가능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삶의 선순환 역할을 한다. 자신이 처한 모든 것을 부정하며 자신의 울타리를 세우는 것은 긍정적인 것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부족함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힘. 필자는 이 역시 우리의 삶에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여우와 포도의 우화에서 여우는 높게 매달린 포도가 실 것이라고 말하며 지나간다. 사실 여우는 그 포도가 맛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궁금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질 수 없으니 부정하지만, 마음속에선 그 누구보다 포도를 강렬히 원했을 것이다.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기와 질투를 지혜롭게 다루는 자와 굴복하는 자는 걸어갈 길이 다를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자. 이러한 감정을 이용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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