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안전과 이상 그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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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안전과 이상 그 어딘가
  • 이재원
  • 승인 2018.10.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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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기자 사진제공이재원
▲이재원 기자


[미디어라인=이재원 기자] 일명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의 박모 씨는 지난 6일 자격증 보수 교육으로 방문한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화장실 등에서 알몸으로 음란행위를 한 영상과 사진들을 SNS에 올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겼다"며 진술한 박모씨는 건국대, 자양 중고등학교 등 여러 장소에서의 야외 노출 사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따라 학교의 안전 관리 부족과 늦장 대응에 대해 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 학생들은 매일 본교에서 필리버스터와 촛불시위를 진행 중이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알몸남 사건의 공론화를 위해 청원과 제보를 하는 동안 학교는 묵묵부답이었고 공청회 시간을 갑자기 바꾸는 등의 행동으로 학생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각 건물마다 카드 리더기 배치, 외부인 출입 관련 규정 신설, 강의실 모든 책걸상 교체 등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생겨났다.

동덕여자대학교 필리버스터 사진제공이재원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필리버스터 (사진=이재원 기자)


물론 학생들의 요구만 보았을 때 무모하다고 느낄 수 있다. 흔히 학교는 모두가 출입 가능 한 곳이고, 자신은 누구에게나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을 위협과 공포 속에 살아가는 여성들은 이러한 모든 시선 속에서 진정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이상을 위해 현실의 위협을 무릅쓰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동덕여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배움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교육 공간인 여대에서조차 학생들은 불안함을 떨어야 한다. 알몸남이 성적 충동을 느꼈다는 '여대'라는 특성은 그동안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은 성적 대상화 되어왔고 심지어 '여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학교마저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되었다.

알몸남 계정의 700명이 넘는 팔로워를 포함하여 제2, 제3의 알몸남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여성이자 학생인 그들의 외침은 그저 안전하게 이 사회를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이면을 보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시선들이 학생들의 안전과 목소리를 짓밟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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