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선거연수원서 열린 ‘청소년들의 자기주장 발표대회’, 학생들은 “선거연령 인하”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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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선거연수원서 열린 ‘청소년들의 자기주장 발표대회’, 학생들은 “선거연령 인하”를 외쳤다
  • 민준영
  • 승인 2018.11.06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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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선거연수원서 진행된 청소년들의 자기주장 발표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선거권 연령인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지난 3일 선거연수원서 진행된 '청소년들의 자기주장 발표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선거권 연령인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라인=민준영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선거연령이 만19세인 나라는 우리나라 뿐입니다”, “국정농단 사태 때 청소년도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습니다.”

지난 3일 대한민국청소년의회가 선거연수원서 주최한 ‘청소년들의 자기주장 발표대회’현장이다. 이날 선거연수원은 ‘2018 유권자 정치페스티벌’ 행사로 방문객들이 가득 몰렸다. 행사장 내부는 프로그램 일정으로 강의실에 빈 방이 없었고, 외부에도 전시장이 들어서 참가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행사장 입구 바로 옆에는 간식쿠폰을 들고온 사람들에게 요깃거리를 나눠주느라 스테프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인파를 뚫고 내부로 들어서자 행사일정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청소년 자기주장 발표대회가 본관동 3층에서 진행된다는 안내문을 보고 곧장 3층으로 향했다. 구름 인파 탓에 올라갔다 멈췄다를 반복해서 마침내 3층에 도착했다. 대회가 진행되는 세미나실 앞에는 스탠딩 베너가 먼저 기자들을 안내했다.

세미나실 문을 열자 대회 준비가 한창이였다. 애타게 발표를 기다리는 학생들과 긴장을 풀어주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못할까봐 걱정돼 어떡하지”, “못해도 괜찮아. 지금까지 열심히 했잖아.” 하지만 애써 격려해주는 학부모들의 눈에도 긴장감이 역력한건 마찬가지였다. 뒷 문에서는 스테프들이 입장객들에게 팜플렛을 나눠주고 카메리를 설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테프들은 바쁜 와중에도 한명을 놓치지 않고 팜플렛과 간식거리를 나눠줬다.

마이크가 한 번 ‘툭툭’소리를 내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앞을 바라봤다. “이번 대회는 아직 유권자는 아닌 청소년이 유권자가 돼서 여러분들의 생각을 발표해 보는 대회입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돈되자 대회 진행을 담당한 윤지희 사무국장이 말을 꺼냈다. 대회 진행방식과 평가비율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대회시작이 임박한걸 직감한 참가자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머리를 정돈하기도 했다.

시작 전 진선미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자문위원 겸 여성가족부장관의 동영상 축사가 이어졌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은 “청소년은 더 이상 내일의 시민이 아니다. 여러분들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재의 주인공이다”라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축사가 끝나자 17명 참가자 중 첫 번째 차례인 김해임호고등학교 이선우(17)군이 먼저 연단에 섰다.

좌중의 힘찬 박수를 받은 덕일까. 이선우 군은 첫 발표라는 부담감을 덜어버린 듯 유연하게 발표를 이어갔다. 이 군은 선거권 연령인하에 대한 찬반여론을 비교하며 이에 따른 본인의 의견을 제시했다. 선거권 연령을 낮춰 만18세 청소년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문화를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교내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정치참여를 확산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군의 발표가 끝나자 대기중인 발표자들과 청중들은 십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여럿 끄덕였다. 이어진 청중들의 질문 공세에도 이 군은 침착하게 답변을 하며 맞받았다.

뒤이어 나온 학생들의 발표도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이와 궤를 같이했다. 재작년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 광화문으로 촛불을 들고나온 청소년들과 현대사의 굵직한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었다고 열변을 쏟아내는 학생도 있었다. 또 OECD국가의 선거연령 통계를 분석, 한국이 유일한 선거연령 만19세 국가라며 주장에 힘을 싣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해 겪은 불합리한 경험들을 떠올리며 선거권 연령인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청소년의회와 청소년 정치참여 기회를 교내까지 확대해 민주주의 교육을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도 여럿 나왔다.

반면 선거권 연령에 현행유지를 주장하는 학생도 있었다. 인천영선고 이규원(17)양은 선거연령을 낮췄지만 학생들의 의견대립으로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선거연령 인하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으로 교내 신문배치와 사설 교육후 교내 대회를 주최하자는 대안을 냈다. 교내 도서관 뿐 아니라 이동이 많은 복도에도 신문을 배치하면 접근성이 수월해 다들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서 궁극적으로는 정치를 이해하고 학생들의 대립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회 유일한 반대론자의 주장. 학생들은 손을 들어 질문을 이어나갔다. 원색적인 비난이 아닌 자연스러운 질의 과정이였다. 누구도 반대를 주장한 학생에게 힐난조차 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그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토론을 하는 문화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착이 된 듯 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학생들은 여전히 선거권 만18세 인하에 대해서는 변화의 용의는 없어보였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그리고 촛불시위의 중심에 있던 학생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참정권의 확대를 외친 것이다.

정치권이 학생들의 요구에 응답을 한 것일까. 지난 5일 정부와 여야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에서 합의문 전문에 선거연령 인하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협의했다. ‘청소년들의 자기주장 발표대회’가 마무리된지 이 틀뒤 정부와 국회가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와 여·야의 협의체 회의로 선거연수원서 울려퍼진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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