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백수일기 #2> – 청년취업정책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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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백수일기 #2> – 청년취업정책 체험기
  • 한성규
  • 승인 2019.01.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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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외국인 백수 취업성공패키지 참여해보니
한성규 기자
▲한성규 기자

[미디어라인=한성규 기자] 한국에 온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청년실업에 올인한다는 한국정부를 믿고 한국에 왔건만, 딱히 해주는 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동네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갔다. 반나절정도 청년취업정책에 대해서 알아볼 요량으로 점심을 먹고 양복까지 입고 갔것만, 한마디만 듣고 나와야 했다. 

 "글쎄요, 우리 업무가 아니라서."

이름만 종합행정복지센터지 종합은 무슨 종합 개뿔. 행정은 또 무슨 행정? 복지는 또 무슨 개뿔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았다. 한국에서는 공권력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에. 내가 살다 온 뉴질랜드에는 워크앤인컴이라는 고용청이 있어서 취업세미나도 하고, 취업교육은 물론, 면접비에 양복 구입비까지 준다. 다행히 찾아보니 한국에도 비슷한 기관이 있었다. 전화로 상담 약속을 잡고 싶다고 했더니 울산의 고용복지센터에 찾아가 서 알아보라고 했다. 

1단계 취업계획수립과정

1단계 초기상담을 받는 데만도 2달이 넘게 걸렸다. 운 안 좋게 올해 내 고향 울산은 최악의 고용위기를 겪고 있었다. 뭐라더라 위기관리지역이라고 했다. 조선업과 자동차업계의 불황으로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했단다. 위기관리지역으로 선포되어서 뭔가 추가조치가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나 같은 백수가 찾아가는 곳에 줄만 길었다. 위기관리는 무슨 개뿔. 아저씨들 새치기하는 줄이나 좀 관리 잘하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역시 참았다.  

초기상담을 하고 심리검사를 받았다. 제목은 심리검사였지만 결과표에는 구직준비도 검사와 직업선호도 검사라는 게 찍혀 있었다. 구직준비도 검사에서는 가족의 지지는 13으로 아주 낮았는데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이 98과 99로 하마터면 100점 만점을 넘길 뻔했다. 이 결과를 보고 상담사 선생님은 비웃는 것인지 뭔지 알지 모를 웃음을 지으셨다. 

가족의 지지가 낮으면 가족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으며 구직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적혀있었는데, 맞는 말이었다. 가족의 지원은 어려운 상황에서 큰 힘이 될 수 있으니 전문상담원과 상담하라고 적혀있었는데, 전문상담원은 알아서 찾아보라고 했다. 돈이 없어서 안 찾아갔다. 그 외에 구직기술과 의사전달, 대인관계 활용, 구직정보수집은 90점 이상이 나왔다. 

직업선호도 검사 종합결과로는 ES형, 즉 진취적이고 사회형이라고 나왔다. 리더십이 있고 설득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공감 능력과 협동심, 사교성이 큰 대인 지향형 인재로 판명을 받았다. 기분이 좋았다. 

2단계로 진행할 직업훈련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직업훈련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내 리더십을 발휘하고, 설득하고, 공감 능력과 사교성을 발휘할 직종의 훈련은 없었다. 울산에 개설된 구직자 직업훈련으로는 CAD 설계, 요리사, 전산회계 등등이 있었다. 상담 선생님은 정원관리사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나는 정원관리사가 되면 내 리더십과 설득능력, 공감 능력과 사교성을 쓸 기회가 없다고 적극적으로 항변했으나 듣지 않았다. 내 친구 중에 정원관리사가 있는데 언제나 혼자 일한다고 했으나 취업이 잘된다고 정원관리사가 되라는 말뿐이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미세먼지 때문에 기침을 달고 사는 나는 죽기 싫어서 그래도 비교적 먼지를 덜 마실 것 같은 직업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전산회계를 택했다. 

2단계 직무능력 향상과정

전산 회계수업은 40일 240시간 과정이었다. 2개월도 안 되는 기간동안 하루에 6시간씩이나 수업을 받고 숙제나 엄청나게 나왔다. 이렇게 공부하기는 또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처음이었다. 이렇게 하루종일 공부하면 회계의 기초는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실 제대 후에 나는 해외 취업이 갑이고, 공무원이 갑 중의 갑이라는 말에 속아서 뉴질랜드 국세청에서 수년간 일하고 온 참이었다. 뉴질랜드 국세청에서 어카운트 메니저라고 회계법인을 관리하고 에널리스트로만 일한 참이라 부끄럽게도 국세청 직원이 회계의 기초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냐 싶어서 이번에 회계의 기초를 확실히 배워볼 생각이었다. 내가 부족해서였겠지만 직업훈련은 내 기대와 어긋났다. 어떻게 하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가 수업의 주요내용이었고 최종목표는 전산회계 자격증 취득이었다. 부끄럽게도 국세청 5년차인 나는 헉헉거리며 수업을 따라가다가 고등학생들이랑 같이 친 자격증 시험에서도 홀라당 미끄러지고 말았다. 참담했지만 잃을 건 없고, 가진 건 불굴의 정신밖에 없는 나는 그다음 수업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컴퓨터활용능력시험대비반이었다. 그동안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엑셀 때문에 애를 먹었던 나는 동기부여가 넘쳤다. 하루에 4시간 30일 과정이라 여유도 있었다. 처음 며칠간은 실용적이다. 와, 이런 기능이 있다니 하면서 들었는데 1주일이 지나자 와 소리는 헉, 소리로 바뀌고 수업 내내 내가 저걸 언제 쓰지, 하는 생각을 했다. 2주일이 지났을 때는 헉 소리는 억, 소리로 바뀌었고 내가 나는 누구지, 여기는 어디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30일이 지나고 나는 또 컴퓨터활용능력시험에서 낙방했다. 

지역 명문고를 나왔고, 학교 출석률이 많이 모자란 상황에서 들어갈 수 있는 최고의 대학교에 들어갔고, 군대까지 시험 쳐서 들어가고, 외국 가서 공무원까지 한 나를 자랑스러워서 했던 아버지는 내 2연속 낙방소식에 뒷목을 잡으셨다. 나도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었으나, 곧 내가 이러려고 백수하지 하고 긍적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대통령을 하든 놀든, 감방에 들어가 있든 해외에 가 있든 긍정의 힘만 있으면 생활은 유쾌하니까.

3단계 집중 취업알선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3단계 집중 취업알선 상담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1시간 50분이 걸려 버스를 타고 울산고용복지센터에 도착했다. 상담은 오후 2시에 시작해서 정확이 오후 2시 21분에 끝났다. 이력서, 면접 클리닉, 일자리 정보 제공 이나 동행 면접등 책자에 나온 상담은 못했다. 단지 취업성공수당을 받으려면 2개월 안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직업이나 내가 남보다 조금은 잘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글 쓰는 직업을 찾고 싶고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건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한다고 설명했다. 상담선생님은 워크넷에 글 쓰는 직업은 없고 외국어를 쓸 직장도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에서는 특정 업무만 고집해서는 안 되고 몸 쓰는 일이나 자재관리 업무 같은 것도 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서 집 가까이에 있는 공단에 찾아가서 면접이라도 보라고 했다. 그 공단은 동남아시아인들 뿐이라 베트남어라도 배워야하나 고민했다. 나는 내 경력이나 이력서라도 보여주려고 했으나 상담선생님은 상담 중에도 전화를 두 통이나 받는 등 바쁘신 거 같아서 슬그머니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내 취업성공패키지는 끝이 났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다

이 체험기를 쓰는 이유는 취업성공패키지에 관련된 사람들을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상담선생님은 최선을 다해 나를 도와주려고 했으나 바빴고, 직무교육선생님들은 열정을 바쳐서 강의를 했으나 교육목표는 직무능력 향상보다는 자격증 취득에 맞춰져 있었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이 문제다. 2019년 일자리 예산이 23조 5000억 원이라고 한다. 좋은 정책은 바늘로 구멍을 파듯이 정확히 필요한 구멍을 찾아 찔러야 한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과 시행하는 사람은 다르다. 정부 정책은 만들기는 쉽지만 제대로 된 곳에 의도대로 실행하기는 어렵다. 기왕 돈을 쓰려면 정책을 결제하는 사람보다는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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